2018
VR의 파워, 그 안에 미래가 있다
가상이 현실이 되는 세상, VR 파워에 대한 이해가 곧 미래의 경쟁력일지도 모른다 김찬원 성균관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겸임교수 · 유플러스연구소 전문위원  
학술 · 연재  |  오피니언

 

VR, 유희적 인간과의 만남

오늘날 우리가 눈여겨 볼 기술은 단언컨대 VR(Virtual Reality)이라고 확언할 수 있다. VR21세기 핵심적 콘텐츠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우리의 일상생활에 가히 혁명적 변화를 유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VR 기술은 교육에서부터 의료, 군사, 게임, 오락, 영화, 스포츠, 건강 등 매우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으며, 가상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실제로 경험한 것과 동일한 효과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미래의 핵심적 유망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VR은 시각이나 미각, 청각, 촉각, 후각 등 인간의 오감에 정보를 전달하고, 이를 통해 실제 느낌이나 감각을 극대화시킴으로써 마치 현실 속에 있는 것과 같은 생생한 체험을 극대화시킨다. 이에 따라 VR은 인간의 오감을 포함, 지속적으로 현실과 가상을 결합시키며, 그 과정 속에서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높인다. 이러한 점이 바로 VR이 가지고 있는 경제적 가치이자 VR이 갖는 무궁무진한 잠재력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VR은 인간 감각의 극대화를 통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몰입감(immersion)을 더해준다. 깊은 몰입감은 인간의 감성에 대한 지속적인 자극에 의해 나타나는 것이므로 감성과 몰입 수준은 상호 간에 밀접한 관련성을 지닌다. 특히 몰입 수준이 높을수록 인간은 보다 더 큰 재미와 즐거움을 경험한다. 재미와 즐거움은 인간이 특정 기술이나 콘텐츠를 수용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영향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른바 유희다. 유희는 그 의미가 가벼운 것일지 모르나 인간의 본질 중 하나이다. 유희가 인간의 본질 중 하나라고 한다면, 유희가 갖는 의미는 전혀 가볍지 않다. 이는 인간이 존재하는 모든 곳에, 인간이 행하는 모든 것에, 인간이 추구하는 모든 것에 유희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VR을 통한 놀이문화의 확장

VR은 바로 이 지점과 결합한다. VR은 유희와 결합해 이전보다 훨씬 강렬한 재미와 즐거움을 선사한다. 특히, 유희적 인간의 핵심은 놀이다. 놀이는 인간의 유구한 역사와 함께 존재해 왔으며, 국가와 인종, 계급, 성별을 떠나 한 나라를 대표하는 문화로서 발전, 계승돼 왔다. 그만큼 놀이는 곧 그 사회의 전통이자 의식으로써, 그리고 문화로서 존재해 왔고, 마치 물이나 공기와 같이 그 어디에나 존재하는 필수불가결의 요소였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 VR을 적용해보자. VR은 놀이와 체험을 구현하는 기술임과 동시에 콘텐츠이다. 이제 놀이는 VR을 통해 이전보다 한층 강화된 유희적 요소가 가미된다. 단언컨대, 인간은 수많은 제약 속에서 살아간다.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것이 많다. 자신이 현실에서 할 수 없는 것을 VR을 통해 마치 실재(reality)와 같이 체험하고 경험할 수 있다면, 그것처럼 강렬한 재미와 즐거움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VR은 놀이와 유희를 재구성할 수 있는 역동적 힘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놀이가 문화로서의 힘을 갖는다고 전제하면, VR이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는데 일정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예로서, 현재 VR은 한국사회에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최근 홍대나 신촌, 송도 등 특정지역과 놀이공원 등 체험공간을 중심으로 VR 체험관이나 테마파크 등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을 정도로 보편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VR이 유희와 결합되어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VR의 대중화가 우리가 미쳐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VR은 감흥과 결합한다

VR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색다른 감흥과 경험을 제공한다. 현실 속에서 할 수 없는 것을 VR을 통해서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VR이 갖는 가장 강력한 힘이자,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감흥으로 다가온다.

그 예로서, 20183월 홍코 아트바젤(Art Basel Hong Kong)에서 행위예술의 거장인 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ina Abramovic), 조각가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VR 작품이 전시되었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Rising>은 기후 변화와 인간의 생존을 다룬 VR 작품으로, 관람객으로 해금 빙산이 무너지고 해수면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을 체험하게 함으로써 지구온난화와 인류생존, 그리고 환경보호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아냈으며, 아니쉬 카푸어는 VR을 통해 인체의 신비를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을 전시하였다. 이들의 작품들은 대중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이끌어냈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반드시 주목해야 할 전시로 보도하였다.

엠블메틱 그룹(Emblematic Group)CEO인 노니 드 라 페나(Nonny De La Pena)20138월에 VR을 활용, <로스앤젤레스에서의 굶주림(Hunger in Los Angeles)>이라는 작품을 발표, 굶주림에 대한 참상을 알렸고, 당시에 수많은 사람들이 충격에 빠지기도 하였다. 또한 <프로젝트 시리아(Project Syria)>라는 VR 작품에서는 시리아 내전을 소개하면서 전쟁의 참상과 난민의 처참함을 알림으로써 많은 사람들의 공분과 아픔을 이끌어내기도 하였다.

미래 지구온난화로 인한 인류생존 문제나 전쟁의 참상, 아픔 등은 직접적으로 경험하지 않은 이상 인간이 그 심각성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물론 TV 뉴스 등을 통해 지구온난화나 전쟁의 참상을 보도하기는 하지만, 이때 사람들은 관찰자의 시선으로 보기 때문에 실질적인 감흥을 끌어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 TV뉴스는 인간의 오감을 자극하지 않는다. 하지만 VR은 인간의 오감을 자극함으로써 관찰자의 시선이 아닌 그 현장에 직접 존재하는 참여자로 바꾼다. 더욱이 참여자는 관찰자에 비해 높은 공감을 유발하기 때문에 인지적 판단에 국한되는 관찰자에 비해 행위라는 실천력을 높인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예는 건축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VR과 건축의 결합에 있어서 가장 큰 장점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 공간을 미리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며, 이를 통해 공간의 느낌을 실재와 같이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완공될 건축물의 배관에서부터 재질, 가구배치와 공간구성 등 전반적인 부분을 일목요연에서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실용성 역시 매우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일본의 건설회사 <오바야시구미>VR 기술을 활용해 건축물의 완공된 모습을 세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미국의 건축사무소 <NBBJ>VR을 적용해 건축물의 설계에서부터 완공까지 전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도 건설부동산 VR 기업이 ‘VR 모델하우스를 통해 이존의 모델 하우스보다 더욱 생경하고 현실감 높은 서비스를 제공 중에 있다.

뿐만 아니라 VR과 건축의 결합은 예술적 측면에서도 그 효용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는데, 뛰어난 건축가의 멋진 건축물을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실제 방문해 체험하는 듯한 느낌을 자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실용적 측면의 건축설계에서부터 멋진 건축물의 예술적 특성을 이해하고 파악하는 데 있어서도 많은 호평을 받고 있다.


VR을 기반으로 감흥과 결합된 전시문화의 확산

현재 VR은 미술이나 건축, 부동산 등 인간의 체험과 경험, 느낌 등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이는 전시문화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VR을 통한 공간의 혁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간의 혁신은 전 세계적으로 전시문화의 기존 틀을 깨고 있으며, 새로운 전시문화의 출현을 알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이 살아 움직이고, 작가의 화풍이 시기적으로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 특징을 잡아 보여주며, 모터쇼에서는 VR 쇼룸을 통해 자동차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미래의 자동차에 실제로 탑승한 것과 같은 체험을 제공한다. 또한 역사박물관에서는 VR 체험관을 통해 과거의 역사적 사건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듯한 실감나는 느낌을 제공함으로써 그 사건의 역사적 배경과 의미 등을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실제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는 인천상륙작전보다 더 중요한 다부동 전투를 VR로 체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관람객으로부터 높은 호응과 관심을 이끌어냈다.

이와 같이 VR은 단순히 보는 것에서 벗어나 직접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기회 제공을 통해 역사적 사건에 대한 의미와 교훈을 체험자(후세)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차원의 전시문화를 만들어 가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인쇄문화와 VR의 연관성을 찾아라

현재 VR을 통한 체험과 경험은 하나의 트렌드이자 시대적 대세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현실에서 하지 못하는 것을 해보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하지 못하는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에게는 엄청난 유혹이며, 이것이 바로 VR의 파워일수도 있다.

그렇다면 인쇄문화와 VR 간에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언뜻 생각해보면 사실 그 연관성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VR은 기술이자 콘텐츠이며, 이전의 기술이나 콘텐츠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감흥을 전달한다. 그리고 VR이 제공하는 새로운 체험이나 경험은 분명한 트렌드로서 우리사회에 커다란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인쇄문화와 VR의 연관성을 찾아보고, VR을 통해 인쇄문화가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방향성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는 것을 제안한다.

 

 

월간 프린팅 코리아 2018년 10월호 통권 196호    

 
 

  프린팅코리아 2018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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